통합 검색

INTERVIEW MORE+

팔지 않아

넉살은 말한다. 지금의 유명세와 인기에 넉살이라는 뮤지션의 정체성을 팔지 않겠다고.

UpdatedOn September 28, 2017

 

스웨이드 가죽 재킷은 비바스튜디오, 장미 패턴 니트 톱은 스투시, 검은색 치노 팬츠는 디스이즈네버댓, 스니커즈는 나이키 스포츠웨어 제품.


“나에게는 VMC에서 쌓은 활동이 엄청난 커리어다. 육체적으로 많이 피로해서 만족할 만한 앨범을 완성하지 못하는 것을 경계할 뿐이다.”


피케 셔츠는 프레드 페리×템즈, 울 팬츠는 코스 제품.

피케 셔츠는 프레드 페리×템즈, 울 팬츠는 코스 제품.

피케 셔츠는 프레드 페리×템즈, 울 팬츠는 코스 제품.

드디어 <쇼미더머니>가 끝났다. 파이널 무대에 올라온 행주와 넉살 모두 ‘이제 승패는 크게 의미 없다’고 말했다. 그냥 하는 말 같지만 진심일 거라고 생각했다. <쇼미더머니>가 힙합 신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 거다. 이제 사람들은 누가 우승을 하느냐보다, 어떤 무대가 더 기억에 남는지를 이야기한다. 꽤 여러 번 ‘레전드 무대’를 만들고 자신의 캐릭터를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넉살에게는 우승자의 부상인 ‘아메리칸 머슬카’보다 더 창창한 꽃길이 펼쳐져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방송이 끝난 직후 휴가를 다녀왔다는 그는 여독을 풀 새도 없이 엄청난 스케줄 속으로 뛰어들었다. 넉살은 ‘너무 바빠서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다’고 투덜대듯 말하면서 연신 긴 머리를 묶었다 풀었다. 책 읽고 영화 보고 새로 나온 게임도 해야 하는데 도무지 짬이 나질 않는다고 말이다. 그에게 <쇼미더머니>는 음악 인생에서 보너스 같은 거라고 했다. 그간 어떤 음악을 해왔는지를 모두에게 보여줬더니 따라오는 깜짝 선물 비슷한 것 말이다. 그래서 넉살은 지금의 유명세와 인기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보다 다음에 나올 새 앨범을 어떻게 채워 넣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파이널 무대가 끝나고 최종 결과 발표 직후 소감이 재밌었다. “승패는 상관없다고 했는데 막상 닥치니까 짜증나네요”라고 말했는데, 진심이었나?
그럼. 쓴물이 확 올라오더라고. 진심 7, 웃음 3이었다.


아메리칸 머슬카는 가져가지 못했지만 <쇼미더머니>를 통해 뮤지션 넉살은 무엇을 얻었나?
인지도 그리고 사람. ‘짜증난다’는 말은 사실 농담이다. 사람들에게 나라는 뮤지션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VMC 레이블에 소속된 래퍼 넉살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지켜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다이나믹 듀오 형들을 비롯한 동료 뮤지션과 제작진 등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도 좋았고.


사실 시즌2에도 출연하지 않았나. 몇 해가 지나 이번에 참가를 결심했을 땐 어떤 각오였나?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방송이 과정보다 결과만 중시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긴 했다. 그런데 상구 형(딥플로우)이 이런 얘기를 해줬다. “너의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해봐라. 물론 당연히 안 좋은 점도 있겠지만 그것 이상으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거다. 그냥 너의 존재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형이 그렇게 설득했고, 설득을 당해서 <쇼미더머니6>에 나가게 된 거다. 나는 약간 ‘꼰대 스타일’이라서 처음에는 나가지 말까 엄청 고민했는데 ‘그래, 가서 열심히 할 필요도 없고 딱 하던 것만 하자’고 생각했다.


막상 출연해보니까 하던 대로만 할 수 있는 분위기던가?
절대 아니더라. 완전 투기장에 들어간 검투사처럼 ‘남들보다 더 빨리 랩 해야지, 더 세게 해야지’ 막 그렇게 되더라고.(웃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프로듀서인 다이나믹 듀오 형들이 참가자인 우리보다 더 열심히 준비했다. 그러니 거기에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요즘 되게 바쁠 것 같다. 그런데 원래는 빈둥거리는 인간형인 것 같은데, 맞나?
이런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원래는 인간쓰레기 취급받을 정도로 사물처럼 생활했다. 지금은 너무 바빠졌다.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많이 없다는 게 제일 아쉽다. 


근데 앞으로 힙합 스타가 되면 세계 곳곳을 투어하면서 살 수도 있다. 비행기와 호텔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말이지. 왠지 그런 기회가 찾아온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잡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쇼미더머니> 끝나고 그저께 상구 형이랑 진지하게 대담을 했다. 형이 “그동안 너 고생했으니까 진짜 하기 싫은 스케줄은 하지 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움직여”라고 하길래 흔쾌히 ‘오케이’ 했다. 아마 내가 직접 단가를 보고 선택하게 될 거다.(웃음) 진짜 얼마만큼 공격적으로 활동할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내가 막 치열하게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지금은 새 앨범에 대한 생각이 최우선인데 육체가 피로해지니까 그 에너지가 잘 나오지 않더라고. 나는 가늘고 길게 오래오래 가고 싶다. 한 2백 년 정도 거북이처럼 살고 싶기 때문에 무리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체크 블레이저는 맨온더분, 버건디 트랙 팬츠는 브라만, 스니커즈는 나이키 스포츠웨어 제품.

 

“나에게 성공은 수동적인 의미다. 가족의 행복, 내 친구들의 자부심, 그리고 여태까지 함께해온 상구 형이 돈 많이 벌고 나랑 같이 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 그게 내 기준의 성공이다. 다른 것은 크게 신경 안 쓴다.”


넉살의 음악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들려준다는 점이 좋다. 근데 한글 맛을 잘 살리는 가사를 써서 그런지 ‘넉살은 한국적인 힙합을 추구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더라.
그거 진짜 짜증나고 싫다.(웃음) 나보고 자꾸 한국 힙합, 김치 힙합 막 그런다. 한편으로 약간 촌스럽게 들린다는 이야기도 되잖아? 나도 신선한 음악을 하고 싶다. 일단 나는 영어를 거의 못하는 수준이라 영어 가사는 무조건 배제하고 한글 가사 연구를 많이 한다. 내 진심을 담아서 가사를 쓰고 누군가에게 전달되면 그 또한 큰 에너지가 된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촌스럽다, 세련됐다는 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일단 ‘미국에서 요즘 이런 게 대세’라고 하면 휩쓸려가는 경향은 있는 것 같다.
이런저런 세간의 정의에 대해 유심히 듣는 편이다. 오히려 나는 그걸 통해 내가 제대로 가고 있구나 생각한다. 트렌드는 얼마든지 바뀐다. 나는 래퍼도 결국엔 창작자니까 자신만의 캐릭터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하는 음악이 촌스럽다고들 하는데 그조차 한 소절만 들어도 딱 넉살인 걸 알 수 있는 완성된 무언가가 있다는 얘기잖아. 그렇게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종의 시그너처가 있는 거다. 넉살은 머리가 길고 한글로 랩을 하며 목소리가 높다는 것처럼.(웃음)


지금 사람들은 ‘이 정도면 넉살은 성공한 거지’라고 말한다. 앞으로 쓸 가사의 내용이 좀 달라질 거 같은데?
지금 난 엄청난 경험을 쌓았다. 벼락 스타처럼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도 엄청나게 늘었고 행사 단가와 사람들의 반응이 바뀌었다. 긍정적인 바이브가 있지만 원래부터 돈을 엄청 버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던지라, 빛과 그림자처럼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다음 앨범에 녹여내려고 한다. 물론 이제는 가사에서 돈 없다고 징징대진 않겠지, 최소한.


지금 타이밍에 스스로 경계하는 게 있나? 앞으로 꽃길만 걸으면 된다는 분위기인데.
그런 거 아예 신경도 안 쓴다. 나는 애가 아니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 자체가 내게 주어진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어린 친구들이 <쇼미더머니> 떨어지면 막 울고 그러던데, 한편으로는 아쉽다. 음악은 여기 있는 게 아니라 밖에 있는 건데 왜 엄한 데서 음악을 찾는 걸까. 나에게는 VMC에서 쌓은 활동이 엄청난 커리어다. 육체적으로 많이 피로해서 만족할 만한 앨범을 완성하지 못하는 것을 경계할 뿐이다. 스스로 만족하는 음악을 만들지 못할까 봐, 그게 걱정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진정한 성공이 아니란 것처럼 들리는데?
나에게 성공은 수동적인 의미다. 가족의 행복, 내 친구들의 자부심, 그리고 여태까지 함께해온 상구 형이 돈 많이 벌고 나랑 같이 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 그게 내 기준의 성공이다. 다른 것은 크게 신경 안 쓴다. 상구 형의 <양화>나 이센스 형의 그리고 화지의 같은 앨범을 완성하고 싶다.


마지막 질문. 네이버에 넉살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넉살 결혼’이 나온다. 왜인가?
실제로 ‘넉살 결혼했나요? 유부남인가요? 애 아빠인가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젊은 친구들이 많이 유입되지 않는 것 같다. 어쨌든 지금 여자친구가 있고, 결혼 얘기가 자꾸 나오는 건 늘 끼고 다니는 커플링 때문이고, 결혼은 안 했고, 애도 없다. 돌싱이라는 얘기도 있던데, 그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하하.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서동현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이잎새
HAIR 박규빈
MAKE-UP 이현정

2017년 10월호

MOST POPULAR

  • 1
    문수진, “내가 듣고 부르고 싶은 음악으로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 2
    제네바에서 일어난 일
  • 3
    권정열, “10CM 음악의 근간은 결핍인 것 같아요.”
  • 4
    '소원 노트'가 생긴다면 10CM는 어떤 소원을 적을까?
  • 5
    시계 커스텀의 쟁점

RELATED STORIES

  • INTERVIEW

    남자, 서른을 말하다

    남성복 브랜드 올젠이 론칭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30년간 지켜온 오리지널리티와 가치에 대해 더욱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정신과 전문의 양재웅 원장이 말하는 ‘우리의 서른’에 대한 이야기.

  • INTERVIEW

    송중기가 짊어진 것

    송중기는 배우가 대단한 직업이 아니고 관객의 두 시간을 위한 땔감 정도라고 했다. 한 배우로서, 사람으로서의 책임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송중기와 나눈 이야기.

  • INTERVIEW

    해방으로부터

    11년 전 작품 속에서 해방을 외쳤던 이민기는 이제 알고 있다. 해방은 없음을. 그보다 중요한 건 평범하게 제 몫을 해내는 것임을.

  • INTERVIEW

    엄청나게 큰 주먹을 휘두르는 남자

    국내 개봉을 앞둔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을 만났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가장 큰 주먹을 휘두르는 남자다. 하지만 그는 주먹의 크기보다 주먹을 휘두르는 명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INTERVIEW

    지창욱, 우아함과 역동적인 모습이 담긴 <아레나 옴므 플러스> 디지털 커버 공개

    스위스 워치 메이커 라도와 글로벌 앰배서더 지창욱이 함께한 <아레나> 디지털 커버 미리보기

MORE FROM ARENA

  • REPORTS

    침묵의 이면

    독일 ECM 레코드사에서 발매하는 앨범 커버에는 만프레트 아이허가 고집스럽게 추구하는 미적 철학이 담긴다. 이 옹골찬 커버 작업에 참여하는 단 한 명의 한국인 사진가가 있다. 20년 넘게 풍경 사진에 탐닉한 사진가 안웅철이다.

  • LIFE

    평면적 세계

    새처럼 날아 찍는다. 드론으로 본 세상의 이면.

  • INTERVIEW

    구기 가이즈 #농구

    마스크를 벗고 다시 뛰고 부딪치고 땀 흘리는 계절이 돌아왔다. 공을 쫓는 사람들을 만나 운동의 열기를 옮긴다. 선수들은 아니다. 본업은 따로 있고, 시간을 내어 운동하는 생활 스포츠인들이다 .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과 국가대표로 구성된 배드민턴팀 ‘플라이하이’, 농구 좀 한다는 연예계 사람들이 모인 농구팀 ‘아띠’, 패션계 트렌드 리더들이 합심한 풋살팀 ‘팀 퍼스트 우먼즈’, 옷 문화와 패션 좀 아는 사람들의 ‘ACTG 테니스 클럽’까지. 이들의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않았다.

  • LIFE

    반려인 필수 앱

    우리 개의 하루를 책임져줄 든든한 애플리케이션들.

  • INTERVIEW

    알고 싶은 여자, 김신록

    김신록은 인간, 세상, 연기, 자신을 둘러싼 모든 세계가 궁금하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생각한다. 결국 새로운 세계로 접속하기 위하여.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