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오래전 한 통신사의 광고 카피는 지금 우리의 뇌에게도 필요한 말이다. 매 분, 매 초 꼭 필요하지도 않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며 정작 필요할 때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현대인을 위한 마음 휴식법.

 

네온 사인은 스위치네온(Switchneon).

네온 사인은 스위치네온(Switchneon).

한 달의 마감이 끝나고 평소보다 긴 3일간의 휴식이 주어지자 머릿속에 그린 그림은 실로 대단했다. 읽다 말다를 반복해서 어떤 사건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는 두꺼운 스릴러 책 끝내기, 한강에서 자전거 타기, 친구와 세상에서 가장 느리게 브런치 먹기 등 좋아하는 일로 가득한 휴 가 계획을 짰다. 늘 그렇듯 계획은 완벽하다. 그러나 결국 일3 내내 소파 에 드러누워서 한 일이라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게 다였다. 분명 잠 은 충분히 잤는데 피로함은 여전했다. 무엇을 하면 좋을까?

 

뇌가 쉬어야 한다
인간의 뇌는 체중의 2퍼센트 정도 크기에 불과하지만 신체가 소비하는 전체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소비한다. 정신과 의사인 구가야 아카라에 의 하면 뇌가 의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을 때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라 불리는 뇌 회로가 작동하며 불필요한 에너지를 쓴다고 한다. 아무것 도 하지 않을 때에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 뇌는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는데, 가만히 있어도 피곤하다고 느끼는 건 이 때문이다. 따라서 완벽한 휴식을 위해서는 이리저리 떠도는 마음을 멈춰 세우고 뇌의 공회전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굳이 따지자면 몸이 피곤한 이유는 단순한 데 비해 마음을 피곤하게 하는 원인은 좀 더 다양하고 복잡 하다. 그렇기에 뇌의 휴식은 좀 더 고차원적인 영역의 일이며,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한 분야라는 것.

 

뇌의 휴식을 위한 몇 가지 방법
뇌가 쉽게 지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의식이 과거나 미래를 향해 있기 때 문이다. 지난일에 연연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불안감을 느끼는 그 지 점에서 우리는 피로함을 느낀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마음챙김’이라고 불 리는 ‘마인드풀니스’ 명상법 역시 과거나 미래가 주는 스트레스에서 해방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Step 1 호흡법 익히기 마음이 ‘현재’에 머무는 상태를 익히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호흡법이 먼저다. 무엇보다 중 요한 건 자세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배에 힘을 준 상태로 손을 허벅지 위에 둔다. 눈은 감아도 좋고, 2미터 전방을 바라봐도 좋다. 그 상태로 몸 의 감각, 특히 신체와 접촉하고 있는 곳의 감각을 의식하고 매 호흡을 의 식할 것. 코를 통과하는 공기의 흐름이나 들숨과 날숨에 따른 몸의 변화 에 집중한다. 호흡을 할 때마다 하나부터 열까지의 숫자를 붙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루에 5분이나 10분 정도 투자해 꾸준히 훈련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연습해본다. 일상생활을 하 다가 충동적인 분노가 발생했다거나 우울한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등 마음에 과부하가 걸릴 때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다.

Step 2 잡념 다스리기 휴식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소는 잡 념이다. 잡념으로 머리가 복잡한 상태를 몽키 마 인드라고 표현하는데 이 상태가 지속되면 뇌가 지친다. 잡념에 대해 방 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잡념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 잡념을 지나가는 열차라고 생각하고 그 잡념에 이름을 붙인 후, 같은 생 각이 반복될 때 ‘그 열차가 또 왔네’라고 생각할 것. 그렇게 인식한 후 , 그 생각을 머리 밖으로 내보낸다고 상상한다. 내가 존경하는 인물이라면 어 떻게 할지 상상해보는 것도 쓸 만한 방법이다. 사안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직시한다. 그리고 그 상황을 야기 한 원인을 생각한다. 반복해서 나타나는 생각의 원인은 대체로 충족되지 않은 내면의 욕구인 경우가 많다.

Step 3 동작 명상하기 동작으로 명상을 하는 방법도 있다. 일상적인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행할 때, 잡념은 머릿속을 지배한다. 이땐 늘 반복적으로 하던 동작을 하나하나 ‘의식’하 는 연습을 해볼 것. 예를 들어, 평소처럼 걸을 때도 ‘왼쪽/오른쪽 다리를 든다’ 혹은 ‘다리를 올리다/내리다’ 등 작은 동작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이 는 것이다. 팔다리 근육, 관절의 움직임, 발바닥이 지면에 닿는 느낌 등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현관을 나서면서 시작한다거나 지하철 개찰구를 통 과하면서 시작하는 등 동작 명상을 시작하는 시점을 정해두면 더욱 효과 적이다. 미국에서 이와 같은 명상법이 유행한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가가 중요했던 ‘하는(Doing)’ 문화에 지쳤기 때문이다. 마인드풀 니스의 기반은 무엇을 하는가보다 어떻게 존재하는가가 중요한 ‘존재 (Being)’의 문화다. 뇌 휴식법이라는 거창한 표현에 비해 그 방법이 사소 해 보일 수는 있지만 실제로 훈련을 해보면 그 효과가 꽤나 크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거다.